주간시흥 기사입력  2012/02/27 [23:54]
고단한 삶을 나무 향기 속에 묻고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공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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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좋아 시작했습니다.” 한때는 건축 일을 하던 공방장 유병각(57)씨가 운영하는 나무향기 공방은 거모동에서 오다보면 봉우재 초입에 있다.

온갖 나무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양 말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입구에는 ‘木香’ 즉 나무향기 라는 서각이 새겨 진 나무기둥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갖가지 나무에서 저마다 뿜어져 나오는 나무 냄새가 정말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나무들마다 새로이 변신중인 것이 있는가 하면, 한없이 오랜 세월 인내하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이 보이는 것들도 상당수 있다.

나무향기 공방은 지난 2008년 여름. 유병각 공방장이 그의 친구 5명과 함께 문을 연 곳이다. 팍팍하고 무미건조한 삶에 한 가닥 얇은 기대를 가지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나무를 재료로 각자 목공이나, 서각, 소목 등을 취미생활로 할 요량이었다.

30평 규모의 작고 아담한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공방에서 그들은 잠시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세계에 안주할 수 있었다. 기존 건축 일을 하던 공방장이 가지고 있던 재료와 연장, 설비 등으로 구색을 갖추고 시작한 공방은 1년 만에 제법 공방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모두들 열정적으로 자신의 작업들을 해나가는 통에 나날이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함께 하던 이들의 창조적인 작업은 대·내외 각종 대전에 출품을 하여 기량을 겨루기도 하고 누군가는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유병각 공방장은 서각에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무수히 많은 작품을 창조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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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는 동안은 잡념은 사라지고 오로지 나무와 나만 남습니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작업하노라면 어떤 날은 새벽이 밝아오기도 했다.

처음엔 글씨와 그림을 하다가 점차 영역을 넓혀 생활 공예로 발전하게 된 그는 목공예에 서각을 접목시켜 보다 높은 예술세계를 구현해 나갔다.

공방을 찾아간 날도 한 달여 가까이 걸쳐 완성한 소목 작품 앞에서 은근한 성취감을 나타냈다. 다 완성할 때까지 오직 이것만 생각하다가 완성되어 어디론가 작품을 보내고 나면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내일이면 완성품을 보내야 한다며 자꾸만 작품을 쓰다듬어 본다. 자식같이 여겨져 차마 떨쳐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닌 모양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든 작품하나를 끝내고 나면 새로운 작품에 몰입하기 까지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한다고. 특히 3년 전 서각으로 만든 10폭짜리 병풍과 작품 30여점을 도난당하는 일을 당하고 나서는 다시 작업대에 서기까지 두 달여 가까이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공방에서 함께 작업을 하는 회원들은 열 손가락 안에 꼽지만 모두 하나같이 자신만의 나무세계에 빠져있다. 칠을 하면 무늬가 예술인 참죽나무, 결도 예쁘고 강도도 강해 무엇을 새겨도 질이 우수한 느티나무,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소나무 등 갖가지 나무들과 함께 지금처럼만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한결 같았다.

큰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깍고, 갈고, 다듬듯이 나무와 함께 지내는 세월이 참 좋다고들 웃는다. 그는 말한다. 나무를 좋아하고 그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를 꿈꾸는 사람들의 방문을 기다린다고, 누구나 잠재된 가능성을 캐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언제라도 환영한단다.

                                                        / 문의 : 유병각 공방장 011-412-5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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