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09/08/05 [17:25]
어른이 사라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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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일 편집위원장     © 주간시흥
한 동네의 가장 깊숙하고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양반 댁 사랑에서는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난 사랑방의 주인이 여닫이문을 열고 쪽마루에 올라 누가 우리 집 마당을 쓸고 갔는지 아니면 동네의 누구네 집의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과였다.

마당이 깨끗이 쓸려 있으면 누가 쓸고 갔는지를 알아보아 그 집에 곡식을 갖다 주라고 해서 동네의 굶주린 이웃들을 보살피곤 했다. 마당을 깨끗이 쓸고 간 사람은 곡식을 얻는 작은 보답을 마당을 쓰는 행위로 대신하고 주인은 마당을 깨끗하게 한 보답으로 곡식을 내주어 이웃사랑을 실천하곤 하였다.
 
한 마을의 가장 어른인 양반 댁 바깥양반은 이렇게 동네의 모든 사람들을 보살피며 한 마을을 이끌어 갔고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법으로 해결하기 이전에 어른의 말 한마디에 대체로 수긍을 하고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경주의 유명한 최부자 집안은 장에서 물건을 살 때 절대로 파장에 가서 떨이로 사거나 값을 깍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는 가진 자의 또 다른 나눔이었다.

요즈음은 어떠한가. 부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사소한 시비라도 생기면 법대로 하자고 달려든다.

세상의 모든 일을 법대로 처리하려니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수많은 고소 고발 사건을 해결하느라 경찰, 검찰 그리고 판사는 업무에 파묻혀 진정으로 필요한 민생은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민생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공권력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지 않았는가? 이 모든 일이 법대로 해결하자는 잘못된 편견에서 나오지 않았나 라고 반성을 해야 한다.
옛날에 그렇게 멀지도 않은 과거만 하더라도 동네 사람들이 잘못하면 호통을 쳐서 나무라던 호랑이 할아버지는 사라진지 오래고 웬만한 시비 거리는 말 한마디로 해결해주던 동네의 어른은 다 어디로 갔는가.

지금은 조그만 잘잘못을 나무라기도 하면 당신이 무언데 참견이냐며 면박을 당하기 일쑤이고 자칫하면 봉변이라도 당할 수 있기에 이 땅에 호랑이 할아버지, 동네의 어른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시기에 이 나라의 원로라는 분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과거의 어른의 심정으로 시국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내용이야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꼭 그 분들의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 만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시국선언을 했을 때는 귀담아 들으면 좋으련만 이른바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는 세력들은 귀담아 듣기는커녕 과거 정권에서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한 망발이라고 몰아 부치고 있다.

이 나라에 어른이 사라진 것도 슬픈 일일진대 모처럼 나라를 위해 나선 어른들의 말 한마디마저도 묵살 당하는 세태는 우리의 고유한 정서인 웃어른을 공경하고 효행을 근본으로 삼았던 정서가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심히 걱정이 된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어른들을 이렇게 대하니 이런 세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누구를 모범으로 삼아 어른을 공경하고 효도하라고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고 자신의 주장과 다른 이들은 무조건 반개혁적이고 보수인사라고 몰기 전에 무엇이 진정으로 이 나라를 위하는 길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이 땅에 과거의 호랑이 할아버지와 진정한 어른이 나타나기를 고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법 이전에 도덕이 존재하는 나라가 진정한 복지국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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