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18/09/06 [16:10]
생태이야기
상서로운 봉황이 깃든다는 벽오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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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시흥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잣더니

내가 심는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밤중에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빈 가지에 걸려있네'

 

작자가 알려져 있지 않는 옛 시조에 등장하는 벽오동나무는 봉황과 관련이 있다.

봉황은 고대 중국 사람들이 상상하는 상서로운새로 기린, 거북, 용과 함께 바로 영물(靈物)

, 덕망 있는 군자가 천자의 지위에 오르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그밖에 뛰어나게 재주가 있는 사람을 상징하는 말로도 쓰이고 고귀하고 품위 있고 빼어난 것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봉황은 식성이 꽤나 까다로운 새여서 벽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이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줄기의 곧고 푸른 모습과 시원스럽게 넓은 잎 같은 것이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고 하여 서당이나 정자 근처에 즐겨 심어 왔다. 그래서 나라를 정말 사랑하였거나 적어도 사랑하는 척이라도 하여야 하는 선비들은 그들의 모임방인 서원이나 사랑채의 앞마당에 한두 그루의 벽오동이 필요하였다.

더더욱 이 나무의 고향이 중국이고 두보의 시에도 등장할 만큼 중국 시인들의 작품에 오르내렸으니 모화(慕華)사상에 물든 선비들이 이 나무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러나 주로 중부이남 지역에서 자라는 수종이라 시흥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나무이다.

처음 만난 벽오동은 담양 소쇄원의 담장을 끼고 걷다가 만난 벽오동나무였다. 생긴 모습도 시원한 잎과 녹색이 강한 줄기와 씨앗조차도 한 번 보면 잊지 않을 정도로 특이하게 생긴 나무여서 오래토록 기억에 남아있다.

신천동 소산서원 앞마당에도 시원스레 뻗은 벽오동나무가 자라고 있다.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탐스럽게 피어있는 꽃들이 하나둘 땅에 떨어지고 그 안에 남아있는 꿀마저도 아쉬운지 벌들이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가을로 접어들면 익어 가는 열매의 모양이 작고 오목하여 마치 조그마한 장난감 보트처럼 생긴 껍질의 가장자리에 쪼글쪼글한 콩알 크기의 열매가 3-4개씩 붙어있다. 건드리면 금세 톡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껍질이 바람에 멀리 날아가도 땅에 닿을 때까지는 꼭 붙어있다.

벽오동나무 씨앗은 지방유와 단백질이 들어 있고 카페인도 조금 들어 있어서 커피 대신 음료로 이용해 봄직 하단다. 올 가을은 아이들과 함께 벽오동의 열매를 따서 맛보는 체험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소산서원 앞 벽오동나무에도 깃들 봉황을 기다려 볼 일이다. 그러면 열매를 먹이로 하는 대나무도 심어볼까?

 

/숲해설사 박미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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