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신문 기사입력  2008/09/01 [20:53]
전남에 순천만이 있다면 시흥에는 시흥갯골이 있다
자연의 보고. 뱀이 기어가듯 도심 속을 흐르는 내만갯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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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골에서 자유로이 나는 갈매기들~~ 멀리 도심이 보인다~
▲     시흥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갈매기들이 여유로와 보인다~
늘 자유로운 정신의 세계가 되어서 삶을 반추하고 계획하고 피로한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돌아오곤 하던 곳이 있다. 지금은 소금창고까지 없어진 폐허가 된 폐염전. 시흥갯벌이다. 그 곳에 서면 무한한 정신적 자유 속에서 한가닥 희망처럼 갯고랑을 차오르는 물을 늘 바라보기만 했을 뿐, 그 안에 들어서 함께 흘러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들어와 어디까지 흐르는지 모를 갯골은 어느 땐가 와 보면 물이 가득하고 어느 땐가는 마른 질곡처럼 진흙을 보여주는 삭막한 폐염전을 살아있게 하는 심장이었다.
지난 8월 11일 인천환경연합에서 시흥환경연합을 초대하여 인천 시흥 갯골을 공동탐사하게 되었는데 우연치 않게 함께하게 된 것은 나에게 또 하나의 상상력과 꿈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드넓기만 한 폐염전. 그 사이를 힘겹게 넘어가듯 깊숙이 흐르는 시흥의 내만갯골은 삭막하기만 한 갯벌을 무한히 살아 숨쉬게 하는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뱀의 움직이는 사행성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그 굽이진 곡선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유연하게 한다. 배를 타고 뱀이 움직이듯 협곡을 하나하나 배를 저어 돌아가는 동안 마치 어머니 자궁 안에 들어있는 아늑함으로 답사에 나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간들이었다.

인적이 없던 이곳의 모든 생물들은 천천히 물을 가르는 배가 지날 적마다 잠깐 사이 소란스러움을 지나 비상상태가 된다. 마치 외계의 적군이라도 나온 듯 개흙 속을 자유롭게 드나들던 농게, 방게, 궁게, 말뚝짱둥어 들이 ‘사사삭’ 소리를 내며 제 구멍을 찾아들고 순식간에 갯골은 삼엄한 비상계엄령이 내린 듯 경계태세를 선다. 너무도 많은 눈들이 개흙 구멍마다 우리를 적병이듯 쏘아보고 있는 것을 예감으로 알 수 있다.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비스듬한 갯골 위 쪽엔 갯벌을 풍요롭게 하는 칠면초군락지와 산림청 희귀식물로 지정한 모새달 군락지와 갈대들의 무리가 여기 보란 듯이 배가 지나는 곳마다 갯골 아래 깊숙이 흐르는 물을 향해 손짓하듯 무리지어 있는 풍경을 올려보는 모습 또한 새롭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바닷내와 바다풀 향기가 함께 어울어져 독특한 싱그러움이 갯골을 흐르는 동안 코끝을 스친다. 아마도 가을이 되면 갯골 안에서 바라보는 뭉텅뭉텅 무리진 갯벌식물들이 모두 제각각의 색깔로 물들어 갯골과 갯벌을 더욱 아름답게 하리라.

배가 협곡을 돌아갈 때마다 머리속은 모든 환상을 총동원해야했다. 하얗게 날아오르는 바다의 비늘 같이 날아오르는 새들의 모습 때문이다. 협곡을 느릿느릿 돌아서면 큰백로가 먹이를 쪼다 쭈뼛거리며 큰 날개를 펴 날아오르는 모습이며, 멀리서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바다가 털어내는 비늘 같아 우리끼리 보기엔 너무 아까운 장관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봄직한 아름다운 율동들이 갯골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곳을 나래짓하는 새들에는 백로 등 총25종으로 598개체수 우점종으로 흑부리도요, 청다리도요, 흰뺨검둥오리 순이며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 황조롱이가 발견되었다고도 한다.

자연의 보고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렇다. 이곳 시흥갯골은 자연의 보고다. 사람들이 나타나면 천연덕스럽게 제 영역이듯 경계태세를 취하는 개흙을 누비는 생물들이며. 삭막한 갯벌을 오색 옷을 입히듯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 갯벌식물들.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이 갯골을 누비고 있는 이름 모를 갖가지 새들의 나래짓. 사계절 변하는 대로 이곳의 생물들도 함께 변해가며 세월을 가는데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사회가 발달될수록 점점 과학화 되고 현대화되는 이사회에서 메마른 사람들 감성 속으로 뱀의 움직임처럼 파고드는 시흥내만 갯골의 아름다움은 분명 시흥만이 지니고 있는 자연의 보고라고 말하고 싶다.


/ 이연옥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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