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19/04/25 [17:09]
[허만] 버려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슬픔
허만의 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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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여 년 전으로 기억된다. 스카우트 단원을 인솔해 중국으로 외국문화탐방 갔을 때의 일이다. 에어컨 냉기 속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어쩌다 잠간 뙤약볕에 나가도 참지 못해 짜증부터 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삼복더위 속을 뚫고 외국문화탐방이라니, 겨우 한나절 지났을 뿐인데 단원들은 벌써 새콤하게 익은 파김치가 되어 늘어졌다. 이러다보니 차갑게 식힌 PT생수병을 입에 매달고 다녔다.

 

땅덩어리가 넓다보니, 하루 종일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탐방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걸려요?” 하고 안내자 에게 물으면,

“잠깐이면 갑니다.”

라고 대답한다. 한 시간이 훌쩍 넘도록 도착 안내가 없어 다시 물었다.

“중국에서는 ‘잠깐 간다.’하면 두 세 시간, ‘좀 가요.’는 세 네 시 간, ‘버스 좀 타셔야 됩니다.’ 라면 하루 종일 가지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단원들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의아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리기만 기다렸다는 듯 초라한 할머니들이 어디선가 몰려 들었다.

 

‘물건 사 달라 하려나?’ 했더니 손에 든 건 아무것도 없다. 궁금증이 더해졌다. 줄지어 이동하면서 아이들은 연신 물을 마셔댔다. 그런데 다 마신 PT병을 어디에 버리나 두리번거리기도 전에 할머니가 달려와 낚아채듯 가져가는 게 아닌가?

 

짧은 기간을 이용해 대마도 여행을 갔다.

이즈하라 여관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더니, 개울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냇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기심에 냇물 위에 놓인 다리로 갔다. 폭이 그저 10m 정도나 될까 하는 작은 개울 바닥에 얕게 깔려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저걸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 지는 않았을 텐데?’

5분도 채 안되어 ‘와아’하는 감 탄사가 울렸다. 올라오는 밀물을 타고 물고기가 떼 지어 따라오고 있었다. 깊은 계곡물처럼 맑은 물 속에서 노니는 크고 작은 숭어 떼가 장관을 이루었다. 물론 섬이면서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청정지 역이지만, 빗물과 오폐수를 관리 하는 노력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대마도에서 한국과 가장 가깝다는 해변에 갔을 때, 펼쳐진 광경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해안 절벽 쪽으로 쓰레기가 푸른 바다를 뒤덮었다. 페트병, 라면봉지, 포장 용 스티로폼 등에 인쇄된 한국 상표가 선명하게 보였다. 파도에 밀려 대마도에 도착한 우리의 버려진 양심, 우리의 맨 얼굴이었다.

 

유명한 환경전문 사진작가의 사진 한 장이 무겁게 내 가슴을 울린다. 어느 바닷새 어미가 플라스틱 조각을 게워내 새끼에게 먹이는 장면이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모든 것을 먹고, 먹이던 새들인데, 사람이 만들어 쓰다버린 플라스틱 조각은 먹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깜깜 모르고 영문도 모른채 멸종 되어 갈 것이다.

 

우리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엄청난 결과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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