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19/01/28 [16:30]
여러 장르가 한 목소리를 낸 공연
‘시극(詩劇), 시(詩)로 흥(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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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시흥

 

지난 123일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회장 조철형)에서 처음으로 시극(詩劇)을 공연하였다. 詩劇은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생소한 장르이다. 시흥문인협회에서는 문학도 공연 장르로 변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시도한 공연이다. 관계자들은 준비 기간이 한 달이라지만 몇 달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해 왔다.

시극(詩劇), ()로 흥()하다라는 타이틀에는 시와 낭송과 연극과 음악과 연출과 여러 가지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여서 한 목소리를 낸 공연인데 연출 안봉옥 님, 연극감독 이상범 님, 음악감독 박경애 님이 심혈을 기울여 성공적인 공연을 끌어냈다.

연출을 맡았던 안봉옥 시인은 활자소리 리듬으로 펼치는 한 편의 시는 때때로 더 시적감흥을 안겨준다. 책을 펼쳐 독서하는 아름다운 모습의 서정적 정서가 사라지는 매스미디어 시대. 시각적, 청각적 미디어에까지 접근해 가는 시대적 문학의 장르에 한 발, 내딛어 가감하게, 용기 있게 숨 한 번 크게 쉬고 일을 조심스럽게 해 보았다.고 말한다.

詩劇으로 올린 저 백만 개의 목련 꽃눈 좀 봐요는 임경묵 시인의 시다. 시극에서 눈여겨 볼 것은 무차별하게 훼손하려는 100년 된 목련나무를 구해내는 이야기다.

이 시극은 안봉옥 시인이 이끄는 시 메아리 회원들이 나레이션과 낭송과 대사로 하였다. 내용은 시흥시 대야동이 택지개발 되어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100년 묵은 목련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었다. 이때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목련나무를 살리자는 시인, 소설가, 화가, 등 예술인들이 뭉친 시민단체가 생겨났다. 개발업자와 옥신각신하며 힘든 타협 끝에 목련나무를 옮기게 된다. 그리고 목련나무가 다시 백만 송이 꽃을 피우기 고대하는 염원이 담긴 시를 시메아리 단원들이 풀어낸다. 이 목련나무 이야기는 지난봄에 있었던 실화를 시로 승화 시킨 것이다.

     

▲     © 주간시흥

 

저 백만 개의 목련 꽃눈 좀 봐요 

  / 임경묵

맞아요, 맞대요,

방금 천리포수목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요게, 요 예쁜 게, 자생 목련이 맞대요,

백 년이나 된 자생 목련은 수목원에서도 아직 본 적이 없데요,

 

목련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분 중에

혹시 시인과 소설가가 있나요,

시인은 지금부터 목련을 찬양하는 시를,

소설가는 백 년 목련만이 알고 있는 백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그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를 써 주세요,

 

사진작가는 빌라 한 동을 통째로 가리고도 남는

우람한 목련 우듬지를 집중적으로 찍어주시고요,

기자는 목련 살리기 기사를 대문짝만 하게 신문에 실어주세요,

교감 선생님은 선생님들에게,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이 목련만은 꼬옥 살려야 한다고 서명을 받아 주세요,

서명을 받아 주세요,

서명을 받아 주세요,

 

목사님은 신도와 함께

백만 송이 목련 나무 종교로 개종을 서둘러 주세요.

, 전 시의회 의장님은 현 의장님을 만나 백만 송이 목련 살리기 긴급 의회 소집을

요청해 주세요, 전전 의장님은 꺼져가는 목련의 심장을 아침저녁으로 다독거려 주세요,

 

목사님은 신도들과 함께

백만 송이 목련 나무가 잘 살아갈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목련나무 살리기 추진 위원장님은 지역의 모든

협의회에 백만 송이 목련 살리기 긴급 소집을 요청해 주시고

꺼져가는 목련의 심장을 아침저녁으로 다독거려 주세요.

 

시장님도 물론 이 사실을 알고 계시겠죠,

! ,

목련 아래가 고향인 분은 이 자리에 안 계시나요,

목련 아래가 고향인 분은 이 자리에 안 계시나요,

 

   시방 백 년 넘게 이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묵묵히 당신의 고향을 지켜온 목련이 새봄이 오기도 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데,

   다들 어디 계신 거죠,

 

   재개발 지구 기울어진 담벼락에 기대어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는

   저 백만 개의 목련 꽃눈 좀 봐요,

   저 백만 개의 목련 꽃눈 좀 봐요.

   새봄이 오면

 

   목련 꽃은 지난봄보다 훨씬 더 환하게 필 테고,

   이파리는 지난봄보다 훨씬 더 푸를 텐데,

   해마다 봄이면 당신의 삶터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백만 송이 목련 꽃을

   다들 좋아했잖아요?

-임경묵 시, ‘저 백만 개의 목련 꽃눈 좀 봐요중 일부

      

▲     © 주간시흥

 

다음으로 조철형님의 시 월곶 귀항선을 극단 기린의 연기자 이신호, 임주영 님의 연극과 시 메아리가 온몸으로 시를 표현하였다.

 

월곶귀항선月串歸港船

시 조철형

어머니 자궁 같은 포구로

돌아오는 배들은

거친 돛대마다 푸드덕거리는

꽃 한 송이 달고 온다

 

거친 파도와 싸웠던 순간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올리면

봄눈 녹듯 갯벌로 스며든다

 

먼 바다를 항해하며 눈뜬 고기를 낚아채면서도

이 땅의 아버지들은 뱃머리에 홀로선 채

기어이 지켜내야 할 꿈이 있는 것이다

언제나 평안하길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만선의 귀항을 못하는 날

파도처럼 많아도

가슴엔 먼 바다에서 끌고 온

아름다운 바다꽃들과 해어海漁들이

돛대마다 춤을 춘다

    

이어 시 가곡(詩歌曲)이 이어졌다.

시 가곡에는 필자 이연옥의 시 나비에게를 성악가 김지현님이 시 가곡 정수경님의 시 소래산을 성악가 장철준 님이 시 가곡 최분임 님의 시 천만번의 풍경을 성악가 류하나님과 신지영 님이 풀어냈다. 모두 수준급의 멜로디를 수준급의 성악가들이 불러주었다.

 

 

나비에게

이연옥 작사 / 조혜영 작곡

아직도 잠들고 있는 거니

희디흰 꽃잎 위에 흰날개 펴고

파르라니 떨며 앉아 있는 너는

허공을 날아 또 다른 세계와

마주치는 것이 두려운 거니

 

보일 듯 말 듯 한 꽃에 앉아

바람 불어 꽃가지 흔들려도

보일 듯 말듯 한 꽃에 앉아

너는 앞날을 예감하고 있구나

 

밀물지듯 밀려오는 사랑의 굴레들

굳이 아니라고 말 못하는 너는

하얀 꽃잎 위에 있는 듯 없는 듯

천 년이라도 바라보고만 있니.

 

꽃잎을 날아오르는 순간

수없이 부딪쳐 올 그리움

파르르 파르르 가슴 저리겠구나

 

한 해가 기울어가는 춥고 을씨년스런 초 겨울밤을 1시간 30분간의 시극 공연이 관객들에게 차원 높은 고급스러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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