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18/12/27 [14:01]
빛, 그리고 그림자
허만의 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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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쏘아올린 저해상도 인공위성에서 보내온 사진에서 피라미드를 확인하는 순간, 지구상 수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공구조물을 지구 밖에서 발견하고 환호성을 울린 지도 수십 년이 흘렀다.

피라미드, 만리장성, 인간보다 한 20 배는 큰 존재를 위해 축조했을 법한 고대 거대 신전들, 규모는 작지만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나라의 석굴암이나 봉덕사종(에밀레종)들도 대단한 구조물임에 틀림없다.

피라미드 하나를 축조하는 데는 얼마마한 시간과 인력이 동원됐겠는가? 필시 몇 십 년 걸렸을 것이고, 연인원으론 수백만이 훌쩍 넘을 것이다. 변변한 기계 없이 순전히 사람 팔다리 힘만으로 그 커다란 돌덩이를 깨고 옮겨 쌓았을 테니, 중노동에 동원된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겠는가?

만리장성도 전쟁에서 붙잡혀온 포로나 무작위로 징발된 백성들의 힘으로 쌓았다. 다리가 으스러져 불구가 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었고, 수십 톤 돌덩이에 깔려 시신조차 수습도 못하게 된 사람 또한 헤아릴 수나 있었을까?

이집트 사람들은 피라미드로 먹고 산다.’란 말이 나돌 정도로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집트 사람이건 히브리 노예였건 수많은 고귀한 생명을 바친 결과가 아니겠는가.

신라시대의 세계적인 명품 봉덕사종(에밀레종)에도 슬픈 전설이 서려있다. 으뜸가는 종을 만들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실패로 돌아갔다. 천진난만한 아기를 산 채로 쇳물이 펄펄 끓는 도가니에 던져야 한다는 처참한 비극 끝에 완성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두가 허구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실패를 거듭할수록 희생되는 사람 또한 늘었겠다.

인류가 만들거나 쌓아올린 위대한 업적이나 개개인이 이룩한 성과의 뒷면 음습한 그늘로 들어서보자. 업적 또는 성과 뒤에는 반드시 잃어버린 것, 간과한 것, 미처 보지 못한 것, 관심에서 밀려난 소중한 이야기들이 어둠 속에 묻혀있다.

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빛나는 성과 뒤에 가려 어둠 속에 사로잡힌 것들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꼭 찾아가 뵙거나 만나야 될 사람.

가보고 싶었던 곳.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사연.

읽고 싶었던 책, 또는 영화.

인간답게 사는 삶.

인간성 회복.

 

시간은 시작도 끝도 없다. 각자 지니고 있는 시계는 어머니 자궁 속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12, 연말이라 해서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시간을 재기 위해 그어놓은 선에 불과하니까. 굳이 뜻을 헤아려 본다면, 그래도 지나온 365일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였을 것이다.

/sch-494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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