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18/09/13 [16:27]
생/태/이/야/기 하얀 껍질이 눈부신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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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너머 평안도 땅이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시인 백석이 함경남도 함주에서 쓴 백화(白樺)’란 시이다.

 

영하 20~30도의 혹한에서도 새하얀 껍질 하나로 굳건하게 버티며 살아가는 자작나무는 북한땅 산악지방을 남방경계선으로 북반구의 한대지방을 무대로 살아가는 터줏대감 나무이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도구들로 죽어서도 생명을 이어간다.

영화 닥터지바고에서 주인공이 말을 타고 달리던 하얀 설원 뒤로 보이는 나무도 자작나무이다.

지난겨울 일본의 북해도 지방 여행에서 만난 자작나무는 그래서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을 대표하는 풍경사진작가 마에다 신조의 사진 갤러리 타쿠신칸(탁신관)을 둘러보고 나와 걸었던 자작나무 숲길은 여행을 더 풍부하게 해 주었다.

탈 때 나는 자작자작 소리를 듣고 자작나무라 한다는 이야기와 결혼식에 불을 켤 수 있는 나무란 뜻으로 화혼(華婚)’이라 하고 그래서 화촉을 밝힌다라는 말도 자작나무 껍질에서 온 말이다.

5월 초경 나무들이 광합성을 위해 땅속에서 물을 빨아올리고 물관을 통해 꼭대기 까지 올려

보내기 시작하는데 곡우 때가 되면 그 양이 많아지고 움직임도 왕성해져 줄기에 구멍을 뚫어 그 수액을 마시는데 사포닌 성분이 많아 쌉쌀한 맛이 나는 자작나무의 수액도 건강음료로 많이 마신다고 한다. 자작나무가 없는 남부 산간지방에서는 거제수나무나 물박달나무의 수액을 채취하여 마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우나에서 솔가지를 이용하는 것처럼 핀라드나 러시아에서는 자작나무 가지를 몸에 두드리면서 건강을 지킨다고 하고 자일리톨껌의 원료가 되는 성분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꽃이 피고 난 뒤 열매가 익어 바람이 불 때면 수백 개의 씨앗이 뱅글뱅글 돌아 흩날리는 모습도 볼 만하다.

흰 껍질은 얇은 종이를 여러 겹 붙여 놓은 것처럼 차곡차곡 붙어 있으며 한장 한장이 매끄럽게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해 불경을 새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여기에 큐틴이라는 방부제 성분이 다른 나무 보다 많이 들어 있어 잘 썪지 않고 곰팡이도 잘 피지 않아 몇천년을 땅속에 묻혀있어도 거뜬하게 버텨낸다.

사상 초유의 무더웠던 8월도 입춘이 지나면서 밤이면 서늘한 바람이 불기 사작한다. 가을이면 환상적으로 물 들어가는 인제 자작나무 숲의 단풍을 보러 떠나고 싶다.

 

▲     © 주간시흥

 

/숲해설가 박미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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