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시흥 기사입력  2020/07/09 [16:17]
<건강칼럼>시술할까? 수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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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병원 척추내시경센터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조성환

 

병에 직면하면 누구나 이런 바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감은 눈을 뜨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와 있기를, 그러고 나서는 어떠한 거추장스러움이나 애써 노력할 일없이 그저 원래의 평안했던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척추통증 환자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그래선지 이렇게들 묻는다. "그리하면 낫겠습니까?" 그 치료에 따른다면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 이 모든 불편으로부터의 해방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사실은 얼마나 그에 근접한 결과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일 게다. 이런 대화 속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는 재활치료나 약물치료를 제안하기는 어렵다. 그리 말하는 순간 그 환자를 다시 보기 어려울 테니. 그래서 의사들이 제안한다. "시술"

  

사실 척추치료에서 "시술"이 출현한 시기는 1980년대 말 경이다. 이 무렵 도관을 이용한 약물전달로 신경뿌리 유착을 극복하는 치료법이 소개되었고 이를 계기로 수많은 시술법이 출현했다. 시술은 수술에 비해 번거로움이 덜하고 당장은 효과가 좋기 때문에 환영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주사치료나 시술 한번쯤 받지 않은 척추병증 환자를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이니 가히 ‘시술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러면 이렇게 좋은 치료를 받고나서도 재차 병원을 찾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안 나았으니까.

  

이참에 시술이 수술과 어떻게 다른지 짚어봐야 할 일이다. 짧게 말하면 무엇이든 떼어내는 것은 수술이고, 그러지 아니하다면 시술이라 할 수 있다. 시술은 목표부위에 약물을 전달하거나 유착을 떼어내는 행위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병소를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시술 중에는 집어넣을 일은 있어도 떼어낼 일은 없다.

  

소위 디스크(추간판수핵탈출증)는 추간판의 병이고 협착증은 신경을 졸라매는 인대와 척추뼈의 병인데 원인은 뒤에 두고 신경에만 약을 발라서야 나을 리가 만무하다. 그래도 디스크에서는 약발이 듣기도 한다. 디스크라 진단해도 이 디스크와 저 디스크가 같은 병인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만큼 추간판에 생기는 병증이 그 단계와 정도에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디스크에서는 시술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되는 수가 있다.

  

그러나 협착증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수십 년 동안 야금야금 자라 오른 뼈와 인대가 이삼십초 동안 풍선으로 밀어낸다고 없어질 것이며 약 한번 발라준다고 물러나겠는가?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럼에도 좋아졌다면 순전히 약물의 효과인데 그렇다면 천만원돈 주고 약 사먹은 셈이다.

  

병원에서 시술할까 수술할까 고민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비용이다. 치료비용에 거의 차이가 없는데다 의학적인 내용은 알 도리가 없는데 무슨 선택을 하란 말인가? 그러니 그 고민의 핵심은 사실 '남용의 의심‘에 있다. 과연 내가 받아 마땅한 치료인가를 알아내야하는데 담당의사가 시술을 남발한다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 아닌가? 의료계 일각에도 '비수술'이니 '신경성형'이니 하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바람이지만 필자는 시술이란 용어조차 피하고 싶다.

  

우리나라 신경외과 의사들의 치료역량은 1970년대 수술현미경 도입 이래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이제는 척추수술도 내시경을 이용해 병소 속에 들어가서 싸우는 시대다. 게다가 내시경척추수술이나 척추시술분야에서 한국 의사들은 세계최고의 기술을 창조하는 수준이다. 사실이다.

  

문제는 남용이지 의학적 선택이 아니다. 시술받은 지 한 달도 안 된 환자가 수술대에 올라가야한다면 그의 담당의사는 난해한 의학용어로 시술을 유도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한다. 환자 편에서는 치료선택에 앞서 비수술 치료에만 매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환자에게 의사가 제대로 된 치료를 권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책임 소재를 떠나 그 결과는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센트럴병원 척추내시경센터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조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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